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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4, 2020

[만화로 본 세상]생활툰은 어떻게 창작되고 어떻게 읽혀야 하나 -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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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봤어. 왜 수많은 생활툰 작가들이 주변 인물로 자기 가족이나 애인, 절친부터 등장시키는지.” ‘미쳐 날뛰는 생활툰’ 속의 아마추어 만화가 김닭은 동명의 생활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갔지만, 그 생활툰이 ‘날조’로 가득 찼다는 폭로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만다. 주변 인물들을 자기중심적으로 나쁘게 묘사한다거나, 주인공의 인생에 실제와는 다른 요소를 가미한다는 폭로 이후로 만화가 김닭이 했다는 생각은 다음처럼 결론지어진다. “걔네는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인 거야.”
Song 작가의 ‘미쳐 날뛰는 생활툰’

Song 작가의 ‘미쳐 날뛰는 생활툰’

작중 작가 김닭은 생활툰에 등장시킨 주변 인물의 ‘배신’이 작품에 대한 가장 큰 위해요소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딱 울타리를 쳐 놓고, 나한테 안전한 캐릭터만 푸는 거지.” 작가의 실제 삶과 생활툰 속의 삶 사이에 있는 균열·차이·모순 등이 드러나지 않도록 ‘안전한’ 사람들만을 등장시켰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 말을 전하던 대상이자, ‘안전한’ 주변인 가운데서도 가장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 김닭의 언니는 그 순간 작품을 사실상 끝내는 ‘휴재 공지’를 올리고 있었다.

언니의 선택은 작품을 끝냄으로써 동생을 지키는 것에 있었고, 그 선택은 결론적으로 옳았다. 김닭은 생활툰에서 벗어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꿈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가볍지, 딱 봐도 그림도 쉽지… 써놓은 스토리 없어도 주변 사람 팔면 얼마든지 나오지… 없으면 지어내면 되지….” 김닭은 ‘생활툰’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고 실패했다. 그 생각이 애초에 틀렸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았기에 김닭은 새 시작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작의 자리를 도모해야 하는 것은 김닭이나 생활툰 작가들만이 아닐 것이다. 생활툰의 독자들 역시 생활툰에 대한 이해를 갱신해야 한다. “광대도, 연예인도, 소설가도 아닌 생활툰 작가만의 중도는 어디쯤일까요?” ‘미쳐 날뛰는 생활툰’의 완결 후기에서,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생활툰 작가들이 실제 현실과 생활툰 사이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며 던진 이 질문은, ‘실제 현실을 생활툰에 어떻게 담는 것이 작가의 중도인가’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진의는 어쩌면 다른 데 있다. 그 중도란 너무나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작가들은 애쓰고 있다. 부디 독자들이 이것을 알아주길 바라고, 이를 고려해 작품을 읽어주길 바란다. 당시 내게 저 질문은 그렇게 이해되었다.

생활툰이 웹툰을 견인하던 시절, 생활툰에 대한 메타픽션이자 비평이라고 할 수 있을 이 작품은 꽤 괜찮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떠났다. 생활툰이란 어떻게 창작되어야 하고, 어떻게 읽혀야 하는 장르인가. 실제 생활의 반영과 재현에 있어 작가와 독자 모두가 다시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미쳐 날뛰는 생활툰’ 완결 후 6년이 지났다. 여전히 생활툰은 많이 창작되고 많이 읽힌다. ‘삶을 질료로 한 창작물’로 조금 범주를 확장하자면 한 소설가의 오토픽션이 최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작중 작가 김닭의 그른 결론처럼.

‘안전하지 않은’ 타인을 작중에 날것 그대로 등장시켰던 것이 문제였을까? ‘작가의 윤리’ 결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찾아야 할까? 모르겠다고, 소설 쪽의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니까, 하며 넘겨버리기에는 꽤나 큰 고민거리를 받아 안은 시점에, 그 고민을 안고 ‘생활툰’을 돌아본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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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5, 2020 at 09:0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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