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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8, 2020

[만화로 본 세상]봄이와-육아와 창작노동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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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독박’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 건 고스톱에서였다. 고스톱에서 한 사람이 다른 이들의 돈까지 다 내야 하는 것을 독박이라 한다. 그러나 최근에 독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육아 전선일 것이다. 부모 모두가 동등한 책임과 의무를 진다고 하더라도, 육아에 대한 노동은 정확히 반으로 나눠떨어지기 어렵다. 생산 노동과 재생산 노동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타협과 조율을 해야 하는데, 육아를 책임지는 공동 파트너와도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 와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프거나 출장이라도 가는 상황에 놓인다면, 상대방은 꼼짝없이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소만 작가의 웹툰 <봄이와> 시즌3의 한 장면 / 딜리헙

소만 작가의 웹툰 봄이와> 시즌3의 한 장면 / 딜리헙

사실 ‘독박육아’라는 네 글자만으로는 홀로 육아에 내맡겨진 상황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올 초 나는 코로나19 상륙과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 아이의 삼시 세끼를 고민하고 씻기고 놀아주는 일들과 틈틈이 몰아치는 가사노동, 이런저런 일감들을 쳐내고 나면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녹초가 되곤 했다. 남편이 출장에서 복귀하고 나는 복직한 이후로 다소 나아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린이집이 폐쇄됐다. 폐쇄와 관련한 공지를 읽으며, 나는 절벽 앞에 선 느낌을 받았다.

육아하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개인에게 체념과 포기를 종용한다. 최근 시즌3 연재를 시작한 육아 웹툰 <봄이와>(딜리헙 연재)는 이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만화다. <봄이와>는 ‘봄이’를 육아하며 마주하는 여러 상황을 그린 육아 툰으로, 작가이자 봄이의 엄마인 정연이 주요 화자다. 시즌3의 제목은 무려 ‘독박 말고 독립’이다.

‘독박 말고 독립’은 생산 노동을 주로 담당해오던 남편이 퇴사를 선언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정연은 남편의 퇴사를 지지해주면서도 앞으로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정연은 이 뒤척임을 “누군가에게 의존된 삶의 실존적 불안”이라고 말하며, “일은 내가 할 테니 걱정 마”라는 남편의 말이 한편 ‘독배’였던 건 아니었을까 고민한다.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이, 다행히 정연은 한 여성단체 활동가로 취업한다. 주 3일 파트타임으로 취업한 정연은 나머지 시간에 만화를 그리려고 다짐하지만, 퇴근하고 나서 다시 창작 노동을 잇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정연은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린다. 좋은 동료와 근무환경을 만나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행여나 직장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정연의 모습에서 양육인들이 처하는 고난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사회는 아무런 가책 없이 재생산 노동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고 있는데도, 대다수의 양육인은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누구보다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내는데도, 여전히 기대보다 못했다는 자책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정연은 독립을 꿈꾼다. 정연이 독립하기 위해서는 일터와 집 사이의 줄다리기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분담, 육아와 창작노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같은 양육자로서 정연의 도전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지만, 동시에 우리 같은 개인이 각자의 자리에서 용쓰는 것밖에 탈출구가 없는 이 사회에 대해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정연은, 아니 우리는 정말 독립할 수 있을까?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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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8, 2020 at 04:1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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