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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1, 2020

[기고]만화에서 발견하는 오래된 새로움의 즐거움 - 환경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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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교육원 정준호

[환경데일리 온라인팀]며칠 전 한 온라인경매에서 1950년대 중반에 발간된 우리나라 만화책 두 권이 높은 관심과 열기 속에 꽤 높은 가격에 팔렸다. 10센트짜리 슈퍼맨 만화책 한 권이 경매에서 32억원에 낙찰된 해외 사례와 비춰보자면 여전히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불량만화로 낙인찍혀 집단 화형을 당하기도 하고, 폐지로 팔리고, 이사할 때면 가장 먼저 버려지던 만화책이 근현대사의 소중한 사료로, 문학작품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만화는 1909년 6월 관재 이도영 선생이 대한민보 창간호에 시사만화를 게재한 것으로부터 시작, 11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만화박물관에는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는 물론 오래된 만화책부터 요즘의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만화자료들이 독자와 시민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만화책 한 권 읽어본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오래된 독자라면 임창의 땡이를 통해 세상 견문을 넓히기도 하고, 대단한 사냥꾼이 되어 보기도 하고,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되어 보기도 했을 것이다. 김종래 선생의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으면서 눈물 흘리고, 박기당 선생의 괴기만화를 보며 여름 더위를 잊곤 했을 것이며, 산호 선생의 라이파이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세계 평화를 위해 활약하는 슈퍼히어로가 되는 꿈을 꾸곤 했을 것이다. 그런 110년의 만화 역사가 지금에 이르러 웹툰으로 꽃을 피우고, 영화로, 인형으로, 문구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도 만화를 학습의 방해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만화를 통해 울고 웃으며, 만화가의 눈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을 미리 보게 된다. '만화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1960년대에 발간된 산호 선생의 라이파이에는 삐삐는 물론, CCTV, 잠수함 등이 등장하고 있다. 만화 작가들의 무궁무진한 만화 같은 상상력은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물론,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값진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런 점에 비추어 만화는 미래를 미리 보는 거울, ‘오래된 새로움’이라 하겠다.

어느 날 저녁 가족들이 둘러앉아 자기가 좋아하는, 자신이 기억하는 만화를 주제로 담소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김종래 선생의 금준이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통해 할아버지 시대를 되돌아보고, 아버지가 들려주는 신문수 선생님의 도깨비감투 이야기며, 길창덕 선생님의 꺼벙이를 통해 아버지 시대를 추체험하며, 아이들이 들려주는 인기 웹툰 이야기를 통해 요즘 시대의 문화를 배우는 세대공감과 소통의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도위에 세상 모든 길이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듯,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모든 지식과 지혜가 교과서에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낡은 만화책 한 권에서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만화책 한 권에서 웃음과 감동, 미래의 세상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시집에 여백이 많지만, 여전히 책인 것처럼, 만화책은 그림이 많은 책이다. 만화책은 불량서적이라는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는다면, 만화책은 어떤 책보다 묵직한 감동을, 어떤 책보다 밝은 웃음을, 어떤 책보다 풍성한 지식과 지혜를 독자에게 선물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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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1, 2020 at 09:2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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