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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14, 2020

[만화로 본 세상]나의 비거니즘 만화 - 주간경향

canggihyangada.blogspot.com
ㆍ‘1일 1채식’ 도전, 세상은 바뀔 수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커피우유를 달고 살았던 나는 직장인이 돼서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한가득 얹은 카페라테에 푹 빠져 살았다. 스트레스로 단것이 먹고 싶을 때, 혹은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땐 어김없이 달달한 우유를 찾았다. 우유만큼은 내 인생의 낙이라 불러도 좋았지만, 지금은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 대신 아몬드유와 두유를 마신다. 비건인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서다.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 중 한 장면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 중 한 장면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 자신을 ‘비건’이라고 밝히고 나면, 마치 그가 자신을 공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을 방어하며 상대에게 비아냥대기 시작한다. “식물도 고통을 느끼지 않아?”, “한 끼 안 먹는다고 그게 도움이 돼?” 등.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밝힌다는 건, 비판이나 저항이 아니라 비아냥과 조롱을 각오해야 하는 일인 걸까.

그런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다. 우유 대신 두유를 먹을 뿐이지 고기는 여전히 먹는 내가 감히 읽어도 될까 싶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누구나 비건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려졌다. 왜 글쓴이가 비건을 결심했는지, 비건을 결심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하는지를 꼼꼼히 다룬다.

이 책에서의 ‘비건’은 다음과 같은 주제로 나뉘어 그려진다. 비건식을 하기 위한 팁, 채식주의자인 작가와 친구들의 일상, 축산업의 폐해 그리고 동물들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

가장 재미있는 건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문어를 소개한다. 문어의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문어의 다리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는 사실과 문어가 할 수 있는 일들 등. 식탁에 오르는 문어가 아니라 실제 살아 있는 문어의 생생한 특징을 전하면서, 작가는 비건이 그저 육식을 혐오하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는 일임을 전달한다.

‘그 소가 있을 뿐, 소는 없다’는 관점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는 동물이 그저 고기로 소비되지만, 동물들끼리는 서로를 ‘유일한 얼굴’로 인식한다는 것. 즉 ‘소’라는 존재는 없고 모두 단 하나뿐인 ‘그 소’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모르는 사람일 뿐인 내 친구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듯, 동물들에도 서로가 친구이고 가족이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모든 독자에게 ‘완벽한 비건 되기’를 권하지 않는다. 하루에 한 끼만 채식하는 것으로도 10년이 모이면 3650번의 채식을 하는 셈이니까. 가능한 동물복지 농장에서 고기를 사고, 테이크아웃 잔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자고 말한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가 말하는 비건의 허들은 절대 높지 않아서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소박한 기준에서부터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 1일 1채식에 도전하고 있다. 겁먹었던 것보다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끼 정도는 먹던 반찬들에서 고기를 뺐고, 좋아하는 김밥에서 햄을 빼달라고 말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비건 소시지도 주문했다. 이것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책의 대답은 ‘예스’다. 소소한 실천들이 모여 융단처럼 세상을 덮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소망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싶다.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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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5, 2020 at 10:1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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