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38)이세계 판타지와 슈퍼로봇의 결합 '마법기사 레이어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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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9 12:34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93년작 만화 ‘마법기사 레이어스(魔法騎士レイアース·Magic Knight Rayearth)’는 순정만화풍 미소녀와 미청년으로 도배된 판타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슈퍼로봇' 작품으로 분류되는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아름다운 그림체를 가졌지만 만화창작집단 ‘클램프(CLAMP)’ 특유의 반전이 있는 스토리와 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무겁고 냉혹한 스토리로 1990년대 독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니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1994년 10월부터 당초 1년간 방영될 계획이었지만, 당시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스페셜 콘텐츠가 3개월 더 방송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지금도 오후 7시 인기 방송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는 ‘명탐정 코난’이 당초 예정보다 3개월 늦게 방송된 이유가 레이어스 인기 여파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TV애니메이션 ‘마법기사 레이어스' 오프닝 영상
애니메이션 레이어스 주제가 ‘양보할 수 없는 소원(ゆずれない願い)’를 부른 가수 ‘타무라 나오미(田村直美)’는 레이어스 인기에 편승해 일약 대스타로 떠 오른다. 레이어스 주제가가 담긴 앨범은 당시 100만장 이상이 팔리는 등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고, 그해 인기 가수만 출연한다는 NHK홍백가합전 무대에서도 레이어스 주제가를 열창했다.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내용과 설정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TV애니메이션에는 만화에 없던 오리지널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며, 만화 속 피 튀기는 장면이 순화되고, 주인공이 만화에 없던 마법을 쓰는 등 애니메이션 자체 설정과 스토리가 강조됐다.
1997년 출시된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판 레이어스는 이세계(異世界) 세피로의 등장인물과 로봇 ‘마신(魔神)’이 지구 도쿄에 등장하고, TV판에서 존재했던 개그 요소가 사라지고 무거운 내용으로 일관됐으며, 원작에서 사망한 에메로드 공주가 요정 설정으로 변경되는 등 독자적인 세계관과 스토리가 담겼다.
1995년 게임기 세가새턴으로 출시됐던 레이어스 게임 역시 만화·애니메이션과 다른 내용과 설정을 담았다. 이 게임은 지금도 많은 게임팬들로부터 명작이라 칭송받고 있다. 현지 게임팬들은 레이어스 게임의 화면 연출 기법이 이후 등장하는 ‘사쿠라대전'에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명작 만화를 다수 배출한 창작집단 ‘클램프'
레이어스 원작자 ‘클램프'는 최근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신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다. 클램프는 ‘카드캡터 사쿠라(체리)’, ‘엑스(X)’, ‘도쿄 바빌론', ‘마법기사 레이어스' 등 만화·애니팬 사이서 명작이라 칭송받는 작품을 다수 배출한 만화창작집단이다.
클램프는 오오카와 나나세(大川七瀬)·이가라시 사쯔키(いがらし寒月)·네코이 쯔바키(猫井椿)·모코나(もこな·모코나 아파파) 등 4명의 여성 작가로 구성됐다. 아마추어 동인(同人) 작가로 시작해 1989년 ‘성전 리그베다(聖伝-RG VEDA-)’로 프로 만화가로 데뷔했다. 출범 당시 클램프는 만화 제작에 머무르지 않고 비디오카메라로 영상과 의상을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만화 그리기에 집중했다. 당시 그들의 생각은 카드캡터 사쿠라 속 등장인물 ‘토모요'의 행동에 녹아있다.
클램프의 창작 욕심은 타 소설작가 작품에 일러스트 제공,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확대됐다. 인기 애니메이션 ‘코드기아스'와 ‘블러드C’ 시리즈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으며, 게임 ‘철권6’에서 주인공 카자마 진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다.
클램프 작품 중 상업적으로 크게 히트한 작품은 1996년작 ‘카드캡터 사쿠라(체리)’다. 이 만화는 평범했던 초등학생 소녀 사쿠라가 마을 곳곳 뿔뿔히 흩어진 마법 카드 '크로우 카드'를 모아 가면서 마법소녀로 성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드캡터 사쿠라를 세계적인 콘텐츠로 부상시킨 것은 1998년 NHK가 만든 TV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방영된 애니메이션은 그림, 연출, 스토리 등 모든 요소에서 흠잡을 곳 없는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손꼽힌다. 클램프는 카드캡터 사쿠라로 2001년 일본 SF상인 ‘성운상(星雲賞)’을 수상했다. 만화책은 단행본을 기준으로 일본에서만 12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이세계(異世界)판타지+미소녀+슈퍼로봇 ‘마법기사 레이어스'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중학교 2학년인 ‘시도 히카루(獅堂光)’, ‘류자키 우미(龍咲海)’, ‘호오지 후(鳳凰寺風)’ 등 3명의 소녀가 지구와 다른 세상인 ‘세피로'로 소환된 뒤, 신관(神官) ‘자가트'에게 사로잡힌 에메로드 공주를 구하기 위해 세피로를 모험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만화는 크게 이세계 세피로에서의 주인공 소녀들의 활약을 그린 ‘제1장'과 주인공 히카루·우미·후가 지구로 돌아왔지만, 누군가에 의해 다시 세피로로 소환돼 이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제2장'으로 구성됐다.
레이어스는 클램프 작품인 만큼 반전이 있는 시나리오로 짜여졌다. 에메로드 공주는 자가트와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으며, 세피로가 위기에 빠진 것은 만인의 행복을 기원해야 할 세계의 기둥 역할을 하는 공주가 자가트라는 한 사람에게 사랑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3명의 마법기사에게 죽음을 당한 자가트를 잃은 에메로드 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며, 마신을 소환해 마법기사에 대항한다. 이야기 막판대장으로 뒤바뀐 에메로드는 미약하게 남은 이성을 갖춘 사념(思念)으로 히카루 등 주인공 마법기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주인공을 세피로로 소환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세피로의 평화의 축인 에메로드 자신이 자가트라는 단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이유로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을 기원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죽음으로 세피로의 붕괴를 막으려는 에메로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마법기사라는 것이다.
레이어스 만화 1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한 에메로드를 죽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채 지구로 귀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았다.
슈퍼로봇으로 분류되는 마법기사 레이어스의 ‘마신(魔神)’은 세피로 평화의 기둥인 에메로드를 말살하기 위해 창조된 거대 로봇이다. 마법기사의 강한 의지에 따라 동물의 형상에서 거대 로봇의 모습으로 변한다. 마신은 탑승하는 것이 아닌 ‘합체(合体)'된다는 개념에 가깝다. OVA에서는 주인공이 마신과 합체할때 알몸으로 마신과 한 몸이 된 모습을 연출했다.
주인공의 이름이 ‘불(光)', ‘바다(海)', ‘바람(風)'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마신도 불·물·바람 등 각각의 속성을 갖추고 있다.
히카루와 합체하는 불의 마신 ‘레이어스'는 ‘불의 검' 등 3대의 마신 중 가장 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우미와 한 몸이 되는 바다의 신 ‘세레스'는 기동력에 특화됐으며, 후가 조종하는 하늘의 마신 ‘윈덤’은 방어력에 초점을 맞췄다.
3대의 마신은 서로 합체가 가능하다. 마신 레이어스를 중심으로 윈덤과 세레스의 날개를 달고 세레스의 꼬리를 갖춘 모양새다. ‘합체마신 레이어스'는 3대의 마신이 갖춘 마력을 흡수해 ‘섬광의 나선(閃光の螺旋)’이라는 강력한 공격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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