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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18, 2020

웹툰, 나는 손 대신 머리로 그린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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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19 05:00

화제의 스토리 작가 김칸비

만화는 허구여도 만화 창작은 현실이다. "내가 그린 만화들은 잘 안됐다. 이 실력으로 살아남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림을 놓고, 대신 글을 잡았다. 새 전기가 열렸다. "결국 스토리 작가도 글이 아니라 만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스토리를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만화가로서의 실패가 내 경쟁력이 됐다." 웹툰 스토리 작가 김칸비(본명 김민태·38)가 말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부천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김칸비는 '댓글을 참조해 스토리를 고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오류를 잡는 댓글은 반영한다'고 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부천 작업실 근처에서 만난 김칸비는 "댓글을 참조해 스토리를 고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오류를 잡는 댓글은 반영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네이버 웹툰
지금 웹툰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인기 작가인 그는 이달까지 웹툰 '돼지우리'(완결·작은 사진)와 '스위트홈'(연재)을 인기리에 동시 집필했고, 지난해에는 세 작품을 연재했다.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 중이고, 과거 연재작 '후레자식'은 영화, '언노운 코드'는 모바일 게임, '멜로 홀릭'은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등 2차 시장에서도 몸값이 높다. "그림 안 그리니 몸이 편하다. 근육통도 사라졌고, 여러 그림체로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수익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유료 독자는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2인조 '팀 겟네임'으로 데뷔해 작화를 맡았다. 처음 글·그림을 맡아 단독 연재한 웹툰 '죽은 마법사의 도시'(2011)가 큰 반향 없이 끝나면서 고민이 찾아왔고, 이후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후레자식'(2014)이 흥행하면서 결심을 굳혔다. "내가 잘하는 것에 치중하기로 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스토리는 대개 3~4일이면 나온다. 처음과 끝만 완성한다. 나머지는 연재하면서 채워나간다. 처음부터 너무 치밀하게 짜놓으면 망가진다." 주인공이 고립된 환경에서 처한 역경을 배경으로 삼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돼지우리'는 무인도에 갇힌 살인마, '스위트홈'은 오피스텔 건물에 갇힌 입주민들이 괴물화된 인간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그림 작가의 노고가 최소화돼야 퀄리티가 높아진다. 그러자면 스토리의 스케일을 줄여야 한다. 규모보다 밀도가 중요하다." 그림 작가에게 넘기는 대본도 독특하다. "소설과 드라마 대본을 합친 형태로 써준다. 그림 작가도 스토리에 몰입해야 하니 소설식으로 쓰되,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대본 형식을 섞는다."

그의 주 종목이 스릴러이다 보니, 잔혹한 스토리로 인한 필화도 겪었다.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둔 아들의 복수극 '후레자식'을 연재하던 2016년, 한 학부모에게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예전엔 충격 효과를 위해 폭력을 직접 노출했다. 이제는 피가 튀지 않더라도 소름 돋게 하려 한다." 이를테면 '스위트홈'에서 눈이 없어 소리에만 민감한 괴물이 집 안을 맴도는 상황에서 화장실에 숨어 있던 주인공이 변기에 오줌을 누는 장면 같은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이런 식일 것 같다. 심의에서 자유롭고 싶다."

한 달 수익 100만원이 안 되던 데뷔 초를 지나 어엿한 스타 작가가 됐으나 그의 목표는 여전히 현실적이다. "1위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부질없다. 내 위치에서 꾸준한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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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9, 2020 at 03: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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